난 양세종이란 배우가 참 좋다.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음식으로 따지자면 느끼한 맛이나, 짠맛이나 자극적인 맛이 아주 적은 

담백한 수묵화 같은 배우랄까. 그래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몰라도, 

볼수록 질리지 않고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나 조용조용한 움직임, 감정의 고조가 크지 않은

나직나직한 목소리 전부 너무 좋다.


최근에 강남미인과 함께 빠지게 된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역시

설정은 다소 황당할 순 있어도, 스토리나 캐릭터 자체는 자극적인 요소 없이

무공해 청정드라마 느낌이라 보고 있음 힐링되는 기분이다.

극중 공우진 캐릭 못지 않게 매력적인 활달하고 긍정적인 소년 유찬 역.

본격 서리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면서 그녀를 앞에서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인물.


난 처음에 우진이랑 러브라인으로 엮일까 싶었는데 그냥 딱 우진이 회사 대표이자

베프로 나온다. 우진이가 싸고 다니는 똥을 ㅋㅋ치워주는 엄마 같은 캐릭터.

이분 더블유때도 무쌍눈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까지 맘에 드네.

​서리의 나이어린 선배님으로 등장하시는 분. 안경 벗으시면 더 훈훈할 것 같고,

귀여워서 자꾸 눈길간다.

우진 : 시간이...더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요.

자고나면 한 한달쯤 지나있으면 좋을텐데.


어릴적 버스사고 때 자신의 말한마디 때문에 첫사랑 노수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우진.

(우진은 당시 얼떨결에 서리에게 한 정거장 있다 내리라고 했고, 

우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전 정거장에서 서리는 내렸을 거고 

그럼 사고에서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사망자는 첫사랑이 아니라 서리 친구였다. 우진은 죽은 당사자가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애라고 생각하는 거고.)

당시의 트라우마가 우진에게는 세상과 문을 닫고 사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서리를 통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또 자신때문에 누군가 죽는건 

아닌가 죄책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 우진.


제니퍼 :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어도, 알아서 지나가는 게 시간이에요.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도... 

언젠가 다 흘러가 버려요.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 같지 않은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 한번도 떠올리지 않게 되는 날이...

알아서 지나갈 시간, 흘러가기도 전에 미리 외면해 버리면 정말 중요한 것들도

그시간에 그냥 휩쓸려 가버려요.

후회해도 그땐 이미...늦더라고요. 오늘의 월광욕은 여기까지.


제니퍼 안드로이드 로봇같은 억양과 표정으로 하는 말마다 명언임.



서리 : 이거..꿈이래요.

우진 : 아닌 것 같은데요, 꿈.

서리 : 맞아요. 꿈 아니면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겠어요?

우진 : 내방이니까.

서리 : 내방인데요.

우진 : 그랬었겠죠, 13년전까지는.


난생처음 채움 회식에서 소주 마시고 맛있어서 들이부운 서리는 자연스럽게 어릴적

자신의 방을 찾아 들어와 잠을 청하다 눈앞에 있는 우진을 보고 꿈이라고 착각한다.

'이거 꿈이에요'도 아니고 '이거 꿈이래요'라는 서리 말투 너무 귀여워.

근데 거기에 조용조용 대꾸해주는 우진도 엄청 설렘.

이 장면 진짜 꿈결같아서 너무 좋았다. 둘 표정이 몽환적이야.


꿈이 아니라 현실인 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서리.


계속해서 서리에게 차게 구는 우진.

서리를 태우고 가라는 대표의 말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만 서리를 피한다.


서리 : 그리고 솔직히 나, 아저씨랑 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엄청!

얼마나 볼 사이냐 그랬죠? 난 아저씨가 밥맥여주고 재워주고 막 '우서리 나와' 

그러면서 신경써주고 그런 거 솔직히 다 고마워서 미칠것 같거든요.

그래서​ 외삼촌 못 찾아서 집 나가도 두고두고 은혜 갚으려고 

계속계속 만날 거거든요. 엄청 오래볼 사이 될 거라구요, 난! 

내가 얼마나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눈뜨고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구만.

엄청 친하면서!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억울한 기분이 되어버린 서리.

특히 울먹이면서 엄청 친하면서! 하고 소리칠때 꼬맹이가 투정부리는 것 같아서

귀엽고 안쓰러웠음. 나 같아도 속상할 것 같긴 하다. 엄청 의지하는 사람이

그런 얘기 하면.



대표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우진을 데려가야 하는 서리는 우진이 있는 장소를 

검색해 찾아오게 되고, 미아 방송을 통해 우진을 소환한다 ㅋㅋㅋ

디제이분이 손으로 서리가 숫자 3하는 거보고 '세살 공우진 어린이를 찾습니다'

하고 방송하는 거 겁나 웃겼음.


​​

린킴 연주회 보면서 눈물 흘리는 서리 너무 안타까웠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애가 하루 아침에 십여년의 시간을 건너 뛰고

가족도, 집도, 꿈도 전부 빼앗겨버렸으니 얼마나 허망하고 기가막힐까.

그런 서리가 신경쓰이는 우진. 서리가 이렇게 된 것 역시 자신이 원인이

됐다는 걸 그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또 괴로워할까.


서리 옆모습 자꾸 힐끔거리고, 일하다 다친 손 신경쓰는 우진.


마지막 장면 심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양파까며 울고 있던 서리..ㅋㅋ

양파 만진 손으로 눈 닦으려 하자 대신 눈물닦아주는 우진.

다음 편은 어떤 전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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