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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까머리의 연애 (KBS 드라마스페셜/2017)] 리뷰
보고나서 굉장히 먹먹했던 드라마.
소재나 스토리는 별로 신선할 게 없었지만 여주인공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감정이입이 되니까 상황 자체가 너무 슬펐다.
김정현은 학교 2017 캐릭터 좋았는데 드라마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유튜브에서 깨작깨작 봐서 제대로 연기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대체로 껄렁껄렁한 캐릭터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생긴것도 되게 시니컬하게 생겨서.
이 배우는 차갑고 무뚝뚝하게 생겼다라기 보다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마구마구 흐른다. 연기스타일이나 표정 같은 거에서 장혁이 오마주된달까.
그러면서도 웃을 때는 약간 빙구 같기도 하고ㅋㅋㅋ 친근하고 귀여운 매력도 있다.
한가지 방향으로 이미지를 속단할 수 없는 다양한 분위기가 공존해서
빨리 차기작을 보고 싶은 생각. 드라마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드라마에서 여주 지율은 유치원교사였는데 젊은 나이에
암이 재발해서 시한부인생을 살게 된 인물이고,
남주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빚 갚으려 아둥바둥대다 보조미용사 겸
유부녀 홀리는 꽃뱀으로 살아가는 인물.
대충의 줄거리는 지율이 헤어진 남자친구가 결혼해서 아내랑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까까머리의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캐리어를 전해주러 온 김정현의 겨드랑이로 파고들다
김정현은 사귀던 유부녀누나에게 차이게 되면서 만남이 시작되는 내용.
나중에 김정현이 지율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돈이 궁한 그가 지율을 꼬셔서 돈을 뜯어내 볼까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회개하는 전개. 오죽하면 그럴까 싶지만서도 애초에 그런 마음으로 접근했다는 게 너무 괘씸했다.
1. 시한부라는 진부한 소재 + 단편 드라마 = 긴 여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지율이 병원에서 친하게 지냈던 아주머니가
밥먹다 돌아가셨는데 다른 환자들은 잠깐 보다가 다시 묵묵히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고 지율이 펑펑 울며 난 절대로 밥먹다간 안 죽을 거라고 씩씩거리며
돌아서는 장면이 생각난다.
암환자들의 병실에서 죽음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타인의 죽음은 결국 내가 아니어서 다행인거고 그와중에 나는 또 살아야 하니까
밥을 먹는 거다. 그래서 지율이 왜 하필 암에 걸린게 나인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하는 게 너무 이해가 갔다. 나만 아니면 되는 건데,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나인걸까.
강연정 배우는 엄청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몸집도 되게 자그마해서 김정현이랑 체격 차이나는 것도 설렜고...
김정현 캐릭터는 되게 틱틱거리다 훅 들어오는 캐릭이었다.
물론 꼬시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런거겠지만, 스킨십이나 고백같은 게
너무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훅 들어와서 좀 당황스러울 정도ㅋㅋㅋㅋㅋ
대체로 학교 2017에서도 그런 경향을 보이는데, 결론은 그게 엄청 설렌다는 거다.
특히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부담스럽긴 한데,
뭔가 모르게 엄청 설렌다. 아마 학교 2017에서도 화제가 됐던 게, 김세정과 빗속에서
키스하는 장면이었을 거임. 유독 애정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음 ㅋㅋㅋ
결론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자와, 대물림 된 빚으로 인해
꽃뱀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는 점.
세상살이 지친 두 남녀가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점점 인간적으로 끌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지율이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지만, 치환과 실컷
연애하다 행복하게 갔으면 싶을 정도로. 그럼 적어도 여한은 없겠구나 싶었음.
지율이 치환에게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너 만나려고 그런 것 같다고
그걸 이유로 해야겠다고 그런 얘길 하는데 너무 슬펐음.
죽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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