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1-8화)


검. 경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요즘 부쩍 많아서

식상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배경은 배경일 뿐이고

검찰공무원들과 연루된 두 건의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게 주 스토린데

매화 숨쉴 틈없이 몰아치는 스릴감이 영화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매력이 있다.


1. 인간미 없는데 인간미있는 황시목 검사

조승우는 이 드라마에서 어릴적 뇌수술로 인해 인간적인 감정을 상실하게 된

오직 이성만 있는 황시목 검사 역할을 맡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외려 그가 인간미가 없기에 더욱 충실하게 검사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손해를 볼지언정 타인의 뒤통수를 치거나

위해를 가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우직하게 법의 룰만 따를 뿐이다. 

솔직히 조승우 작품을 본게 말아톤 뿐이어서 연기하는 조승우를 제대로 본게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역시 조승우는 조승우다.

시종일관 감정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로 두뇌싸움을 벌이는 캐릭터를

치밀하게 연기하는데 아무리봐도 그냥 조승우가 황시목인 것 같다.


2. 스토리보다 더 재밌는 건 인물들간 심리게임.

이 드라마는 재밌는게 선악구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황시목의 주변인물인 영은수, 서동재, 이창준 검사장까지 모두

살인사건들과 연루되어 있는 인물이며 황시목의 용의자 라인에 

들어있는 인물들이라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살인사건에 희생된 인물들만 놓고 보더라도 우선 검사들에게 각종 뇌물을 수수한 

스폰서, 그리고 스폰으로 제공된 술집아가씨까지. 

보다보면 비밀의 숲이란 제목이 절로 이해가 간다. 검찰이라는 세계속에서

비밀을 감춰야 하는 자와 비밀을 들춰내려는 자, 두 가지 부류만 공존할 뿐이다.


3. 범인은 누구인가.

회를 거듭할수록 범인은 누구겠다 감이 오는게 아니라 어렴풋이 윤곽만 잡히고

오히려 혼선만 따를 뿐이다. 모든 인물들의 행적은 수상할 뿐이고

굳이 따지자면 살인동기도 모두에게 있을 법하다.

일단 이게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봐야 할듯.


+ 배우들의 매력

신혜선은 별로 이쁜줄은 몰랐는데 외려 검은 정장차림만 고수하는 이 작품에서

여성스런 외모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수습검사인 주제에 기안죽고 당차게 구는 것 뭔가 귀엽고 멋있음. ㅋㅋㅋ

그리고 무슨 의돈지 모르겠는데 은근히 황시목한테 치대는 건 연애감정인지 

몰겠지만 둘이 묘하게 썸타는 것 같아서 재밌고.

그냥 로코로 친다면, 인간의 감정이라곤 없는 로봇같은 남자와 호기심 많고

희한하게 들이대는 여자의 케미 나쁘지 않음.

조승우랑 신혜선 은근 잘 어울림. 검사 VS 검사라 그런가 초반 팽팽한 기싸움도 흥미롭고.

영은수는 또 어떤 의도로 황시목을 돕는건지도 궁금. 딱히 황시목한테 잘보이고 싶어서를

넘어선 자기 이해관계와 부합하는 뭔가가 있기에 황시목을 돕는 것 같은데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시목을 통해 이루려는 건가?

여튼, 동재 검사실에서 몰래 핸드폰 찾는 시목이 은수가 도와주는 거 멋있었음.

민폐 안 끼치고 시목이 조력자 역할 톡톡히 해줘서 든든했음.


배두나도 드라마에서는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항상 느끼지만

털털하고 수수한 모습이 너무 매력적임.

아무래도 주배경에서 빠져있는 경찰 역이라 갈수록 활약은 덜하지만

시목이에게 중요한 정보도 많이 제공하고, 인간적인 감정까지 

알려주는 역할 같아 훈훈.


나 근데 인물소개 이제 봤는데 이창준 검사장님이 40대 중반인데

서동재 검사가 40대 초반이라니요?

이준혁씨 나이대가 너무 미스캐스팅인데...ㅋㅋㅋ


(+)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작. 보고 나니 그럴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당연한거고,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전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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