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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 함무라비] 포스터, 인물관계도, 인물소개
구질구질한 꼰대들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봤다. 반지하방과 고시원에서 눈물 삼키는 미생들의 고통도 충분히 봤다. 이제는 실력 있고 매력 있는 젊은이들이 꼰대들의 사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고 승리하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개인의 행복과 사랑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누리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박차오름과 ‘법 앞에 평등, 섣부른 선의보다 예측가능한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임바른, 두 젊은 판사는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서로를 성장시키며 보수적인 법원 조직이라는 높은 벽에 도전한다.
“박 판사가 실수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박 판사는 새로운 답을 찾다가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해주는 임바른과, “괜찮아요. 가끔은 폐 좀 끼쳐도 괜찮아요, ...나한테는.”이라고 말해주는 박차오름의 이야기. 캔디, 신데렐라 여주와 까칠한 재벌2세 남주 공식을 탈피하여 대등한 동료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남녀 주인공, 이제는 한번 보고 싶지 않을까? 지금은 2018년이니까!
박차오름 고아라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좌배석판사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구욧!’을 외쳐대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취미이고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당찬 초임 판사.
능청과 애교를 섞어가며 많은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이 있다. 임바른과 달리 술도 시원시원 잘 마시고 악성 민원인 할아버지든 청소원 아줌마든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그녀가 있는 곳은 언제나 수다와 웃음으로 왁자지껄해진다.
첫 출근길에 마주친 남자가 우배석 판사? 근데 고등학교 독서교실 때 봤던 그 오빠? 판사가 되어 한 방 동료로 다시 만난 이 남자, 아주 전형적인 엘리트주의자 같다. 재수 없다. 말끝마다 원칙, 시스템, 부작용을 달고 산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만 보인다. 표내지 않으면서도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의 모습이. 끈적대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의 관심이.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서도 결코 그가 무정하지 않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눈에 그의 그런 모습이 왜 자꾸만 보이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임바른 김명수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우배석판사
‘점수가 남아서’ 서울법대에 오고 ‘남한테 굽실거리며 살기 싫어서’ 법원에 온 개인주의자 판사.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데 출세도 싫고 그렇다고 멸사봉공도 싫은 혼자놀기의 달인.
업무 면에서 보면 원칙주의자 판사다. 판사 개인의 동정심이나 섣부른 선의로 함부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부자든 빈자든 강자든 약자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본다. 그래서 거창한 정치이념이나 이상론은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 입장에 서려고 애쓰고 법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차오름과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 박차오름의 선의는 알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기에 그녀가 늘 위태위태해 보인다.
더 싫은 건 도저히 그녀를 시크하게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이 보수적인 조직에서 좌충우돌하는 그녀가 위태위태하다. 벽에 부딪혀서 상처 입은 그녀를 보면 안타깝다. 자꾸 그런 게 보인다. 그래서 불간섭주의인 주제에 자기도 모르게 남몰래 돕게 된다. 왜지? 사춘기 시절 풋사랑이 아직 남아있어서? 정답을 기가 막히게 잘 찾는 능력자인데 그녀만큼은 답을 못 찾겠다.
한세상 성동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부장판사
출.포.판. 법원 수뇌부가 가장 무서워 한다는 출세를 포기한 판사, 그러나 집안에서는 아내와 딸 둘 밑으로 가장 낮은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 서글픈 가장.
고시촌 낭인 생활을 오래 하다가 겨우 합격해서 동기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대학도 법원에서 보기 드문 듣보잡 학교. 법원의 주류 엘리트 코스를 밟기에는 출발부터 글러먹은 비주류. 본인도 그걸 안다. 법정에서도 거침 없는 언행으로 ‘막말 판사’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다.
고시도 늦고 결혼도 늦고 모든 게 늦은 인생이지만 그래서 다른 판사들과 달리 세상의 무게를 안다. 처자식 건사해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을 알고, 사람이 먼저 먹고 살아야 하기에 밥숟가락의 무게가 세상 무엇보다 무거움도 안다.
그래서일까. 젠장 판사질을 20년도 넘게 했는데 왜 갈수록 더 자신이 없어지는 걸까. 그런데 햇병아리 배석 판사놈들은 세상 다 아는 것처럼 날뛰고... 공진단으로 버티며 인상 쓰기 바빴는데, 지내다보니 이 녀석들 쓸만하다. 세상은 발전하나보다. 내가 못 보던 것을 이 젊은 녀석들이 본다. 내가 판사를 너무 오래한 건가. 과거는 미래에게 양보해야 하는 걸까.
이도연 이엘리야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속기실무관
판사실 부속실에서 비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속기사로 법정에 들어온다. 일 잘하기로 법원 전체에 소문이 자자하다. 칼 같다. 물어보기도 전에 척척 자질구레한 일들을 귀신 같이 처리한다. 톡 쏘아붙이는 말투로 쓸 데 없는 말은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유능하긴 하지만 말단 공무원인데 대체 뭘 믿고 저리 고자세인지 싶기도 하다.
일 외의 사생활은 모두 베일에 쌓여있다. 도통 자기 얘기를 안 한다. 나이도 다들 모른다. 보기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30대일 수도 있고.. 모델 같이 늘씬한 스타일. 안경 끼고 오피스 룩을 고집하는데, 정보왕에게 퇴근 후 화려하게 변신한 모습을 들킨다. 속기실무관 월급으로 외제차에 명품 옷을 입을 수 있는 그녀의 비밀은 뭘까?
물어봐봤자, 그녀의 대답은,
“법원에 왔으면 일이나 하시죠. 사생활에 관심 끄시고.”
정보왕 류덕환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3부 우배석판사
중앙지법 최고의 정보통. 임바른의 x알 친구 또는 웬수. 각종 인사정보 및 남들 뒷얘기 전문가. 걸어다니는 찌라시. 오지랖 대마왕. 바퀴벌레 같은 친화력과 호감형 외모로 모든 방을 들쑤시고 다니는 통반장 스타일.
틈만 나면 44부 방으로 놀러와서 실 없는 수다를 떨어대는데, 그게 힘들고 지친 박차오름에게 위로가 되곤 한다. 박차오름이 언제 힘든지, 언제 좌절하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도 잘 안다.
K공대가 낳은 날라리. 음주가무에 능하고 스포츠, 게임 못 하는 것 없이 온갖 잡기에 능하다. 퇴근 후에는 옷 갈아입고 클럽 깨나 다닌다는 소문. 그래도 일은 빵꾸 냈다는 소문 없는 걸 보면 의외로 능력은 있나보다.
동네 비뇨기과 원장님 댁 도련님으로 아쉬움 없이 컸다. 여학생들에게 언제나 관심 많았고 인기도 좋았다. 여자 맘을 귀신 같이 안다.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대체 속내를 읽을 수 없는 여자를 만났다. 44부 속기사 이도연이다. 이도연, 너의 정체는 도대체 뭐니?
민용준 이태성
NJ 그룹 후계자
박차오름 아버지의 절친인 NJ그룹 회장 아들. 박차오름과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오빠.
왕국의 후계자로 잘 교육받아 똑똑하고 매너있고 시장통 이모들과도 능청맞게 잘 어울리는 매력남. 소아마비인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장애인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업에도 관심 많은 세련된 기업인.
하지만 서민들과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인식 차이를 언뜻언뜻 드러내곤 한다.
출처 미스함무라비 홈페이지
http://tv.jtbc.joins.com/hammur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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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선샤인] 포스터, 인물관계도, 인물 소개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義兵)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원한 단 하나는
돈도 이름도 명예도 아닌, 제 나라 조선(朝鮮)의 ‘주권’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다.
낭만적 사회와 그 적들
20세기 초 한성(漢城).
동양과 서양이, 추문과 스캔들이,
'공자 왈 맹자 왈'과 '똘스또이'가 공존하던 맹랑한 시대.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노서아 가비(커피)를 마시고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던 명랑한 시대.
잉글리쉬를 익혀 '초콜렛또'를 건네며 'LOVE'를 고백하던
달콤 쌉싸름한 낭만의 시대.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국을 빼앗겨 이름을 빼앗겨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장렬히 죽어가던, 상실의 시대.
[미스터 션샤인]은 가장 뼈아픈 근대사의 고해성사다.
그리고 사랑
1905년. 미국은 필리핀을 식민지로 얻는 조건으로
조선을 일본의 손아귀에 넘겨버리는 밀약을 체결한다.
‘가쓰라 테프트 밀약’으로 날개를 단 일본은 마침내 거친 야욕을 드러내고,
애신의 조선은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데, 어쩌자고 그녀는...
저렇듯 꽃처럼 예쁘단 말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9주년을 맞는 2018년 방송예정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朝鮮)에 주둔한 검은머리의 미 해군장교
유진 초이(Eugene Choi)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 애기씨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다.
어미도 아비도 노비여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비였으나 검은 머리의 미국인인 사내. 하여, 이방인의 냉정함, 침략자의 오만함, 방관자의 섹시함을 가진 사내.
아홉 살 되던 해, 주인 나으리 김판서는 사노비인 유진의 부모를 때려죽임으로써 김씨 가문이 얼마나 세도가인지를 증명했다. 재산이 축난 건 아까우나 종놈들에게 좋은 본을 보였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했다. 그것이, 유진이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朝鮮)이었다.
유진은 달리고 또 달렸다. 조선 밖으로. 조선에서 제일 먼 곳으로. 그런 유진의 눈앞에 파란눈에 금발머리를 한 서양도깨비의 배가 떠 있었다. 미국군함 콜로라도 호였다. 어디를 조국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던 사춘기였다. 바다 건너 땅에서도 밑바닥 인생이긴 마찬가지였다. 이길 때까지 싸우고 지면 다시 싸웠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름 앞엔 늘 최초가 붙었다. 동양계 최초 미 해병대 장교 임관. 동양계 최초 미 용사훈장 수훈. 최초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차별이었다. 차별을 이겨내자 특별해졌다.
‘최유진’이 유진, 초이(Eugene Choi)가 되던 날 유진은, 자신의 조국으로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선택했다. 미·서(美西)전쟁(미국-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건 명예로운 용사훈장과 또 다른 주둔지, 조선(朝鮮)이었다. 세력을 팽창 중인 일본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핑계로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영어와 조선말에 능통한 유진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보고서엔 금일도 조선에선 제 나라 독립을 위해 꽃 같은 목숨들이 죽어나간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조선의 주권이 어디에 있든 제 알 바 아니었다. 유진에게 조선(朝鮮)이란 제 부모를 때려죽인 나라였고, 제가 도망쳐 나온 나라였고, 양반들이 개화의 탈을 쓰고 앞다투어 매국을 하는 야만의 나라일 뿐이었다.
조선 밖으로 달려 나온 아홉 살 이후부터, 유진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본 자리마다 악몽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유진은 조선으로 가는 이 걸음을 뒷걸음질이라 생각지 않기로 했다. 조선은 그저 건너야 하는 땅, 자신이 밟아야 하는 디딤돌일 뿐이었다. 유진은 결심했다. 모질게 조선을 밟고, 조선을 건너, 내 조국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하지만 유진은 알지 못했다. 조선에서 기다리는 자신의 운명을. 거침없이 유진을 흔들고, 유진을 건너, 제 나라 조선을 구하려는 한 여자, 애신을 만나게 될 줄을...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추문이 대문을 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열다섯만 넘어도 노처녀 소리 듣는 조선 땅에서 혼기를 놓쳐도 한참 놓친 애신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이게 다 희성 때문이다.
희성은 애신이 열다섯 되던 해에 조부들끼리 정혼한 애신의 정혼자다. 얼굴도 못 본 정혼자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을 조부를 통해 들었었다. 큰어머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샘을 내는 혼처인 걸 보면, 어떤 사내일까 궁금은 하나 십 년이 넘도록 코빼기도 안 봬주는 걸 보면 내가 저를 잊고 살 듯 저도 나를 잊고 사는 게 분명했다. 지금 같아서는 영 돌아오지 말았으면 싶다. 조부와 큰어머니 몰래, 물론 행랑아범과 함안댁을 대동해야 하는 볼썽사나운 등교지만, ‘개 상놈’의 여식들이나 다닌다는 신식학당에 이제 막 입학해 ‘I am a girl’ ‘Boys be ambitious!’를 배우는 참이기 때문이다.
학당의 누군가는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했다. 애신도 동의했다. 다만 애신의 낭만은 가배(커피)도, 양장도, 박래품(수입품)도 아닌, 독일제 총구 안에 있었다.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가 갖기엔 과격한 낭만이었다.
나라를 위해 살다간 아버지의 피 탓이었을까. 그런 사내를 사랑한 어머니의 열정 탓이었을까. 암만 생각해도 ‘Boy’들만 야망을 품으란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를 꽃처럼 어여뻐 하는 사내들은 시시했고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면 제일 뜨거운 불꽃이고 싶었다.
애신의 방에서 서책 갈피에 몰래 숨겨놓은 ‘한성순보’와 ‘독닙신문’이 발각된 날, 조부의 눈빛은 노여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멧짐승 고기가 먹고 싶으니 포수를 찾아가란 조부의 심부름은 그날부터였다. 조부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살아 남거라. 애신의 나이 스물이었고, 그날부터 장포수는 애신의 스승이었다. 장포수는 화약 다루는 법, 총기류 다루는 법, 사격술 등을 가르쳤고 9년이 흐른 지금, 애신의 타깃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애신이 시시하지 않은 남자를 만난 건 한성에 첫 가로등이 켜지던 순간이었다. 이기적인 배려, 차가워서 다정한, 자신의 조국은 미국이라는, 자기 생에서도 이방인인 사내, 유진이었다. 그 사내의 심장이 자신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비는 애신이었다...
태어나보니 백정의 아들이었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었다. 백정의 딸과 아내는 보란 듯이 욕보여졌고 백정의 사내들은 칼을 들었으나 아무도 벨 수 없으니 날마다 치욕이었다. 마주치면 기겁했고 비껴 가면 침을 뱉었다. 막무가내의 매질이 외려 덜 아팠다. 소나 돼지만도 못한 존재, 그게 동매였다.
소, 돼지로는 살 수 없어 각설이패를 쫓아 부락을 나왔다. 춘궁기는 길었고 형들의 매질은 모질었다. 양반의 횡포보다 천민이 천민에게 부리는 행패가 더 잔인했다. 조선 바닥 어디에도 백정의 아들 동매에게 더 나은 세상은 없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동매는 겐요샤(玄洋社-흑룡회의 상부조직) 간부의 눈에 들었다. 열 살부터 칼을 잡았던 동매였다. 동매의 칼은 급소만 노렸고 깔끔하고 신속했다. 동매의 나라는 조선도 일본도 아닌 겐요샤였다. 겐요샤의 이익과 겐요샤의 번영을 위해서만 동매는 움직였다. 동매는 짐승을 잡는 짐승 같은 놈으로 제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고 집어 삼켰다.
겐요샤는 동매에게 새로운 이름, ‘이시다 쇼(石田 翔)’를 내렸고 그건 아비가 자식에게 하는 일이었다. 그날부터 동매의 마음 속에 겐요샤는 아버지였다. 겐요샤는 조선으로 세력 확장을 꾀했고 동매는 겐요샤의 신흥 하부조직인 흑룡회 한성지부장으로 그 선봉에 섰다. 동매가 조선에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응시해주던 한 여인의 눈동자. 그녀의 눈빛엔 경멸도 멸시도, 하물며 두려움조차 없었다. 바로, 조선 최고 사대부댁 애기씨, 애신이었다. 사람구실을 하면 할수록 고애신, 그 이름 하나만 간절해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세상 모두가 적이어도 상관없겠다 싶어진다.
그런 애신 앞에 자꾸 알짱거리는 미국놈이란 사내가 심히 거슬린다. 꼭 새치기 당한 기분이었다. 가진 적도 없는데. 오직 애신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 사랑해서 미친, 동매는 그런 사내다.
조선 이름 ‘이양화’에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친일파 아버지의 남다른 혜안(?)으로 일찍이 결혼해 ‘쿠도 히나(工藤 陽花)’가 되었다. 그녀의 어머닌 딸의 혼인을 볼 수조차 없었다. 조강지처였으나 조선인이란 이유로 아버지에게 내쳐졌기 때문이었다.
팔아치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제 딸이든 나라든 다 팔아치우는 아버지를 둔 덕에, 팔리기 전에 자신을 팔아야 했고, 치워지기 전에 자신을 세워야했던 여자다. 아버지가 일본인인 늙은 거부에게 히나를 시집보냈을 때 히나는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다. 약한 곳을 노리고, 물고, 쓰러뜨렸다.
혼인한 지 5년 만에 늙은 남편이 저세상으로 갔고 히나는 생기 없던 청춘을 보상받듯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바로 호텔 ‘글로리’였다. 호텔을 상속 받자 제일 기뻐한 이는 아버지 이완익이었다. 히나는 아버지의 속이 뻔히 보였고 호텔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집스레 남편의 성을 썼다.
한성 바닥에서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은 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유흥거리였다. 모던보이, 댄디보이, 룸펜, 조선의 보이란 보이들은 죄다 호텔 ‘글로리’로 몰려들었고 히나는 연일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히나는 나라님도 부럽지 않았다. 조선의 모든 권력은 사내들에게 있었으나 그 사내들은 언제나 호텔 ‘글로리’에 있었으니까. 히나는 매일 밤 제국주의자들의 세치 혀에 처참히 찢기는 조선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조선도 울기보단 물기를 택해야 할 텐데. 안타까웠다.
언제나 두 번째의 삶이었다. 두 번째 이름이 진짜 이름이 됐고, 두 번째 나라가 진짜 나라가 되었으며, 이제 저 두 번째 남자만 자신의 남자가 되면 완벽한 삶이었다. 그 남잔 다름 아닌 유진이었다. 헌데 저 남자, 딴 여자를 보고 있다. 사대부댁 애기씨랬다.
고애신. 내일부터 저년을 한 번 물어봐?
빛날 희, 별 성.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고 희성은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다정하고 재밌고 돈 많고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늘 목하 열애중이다. 자칭 박애주의자 타칭 바람둥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들 하지만 희성의 경우는 반대였다. 윗물이 워낙 더러웠다. 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비겁하기로 소문난 아버지를 둔 덕에 열정 없이 사는 ‘시시한 놈’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제 핏속에 흐르는 피가 무서웠다. 힘이 생기면 잘못 휘두를지도 모르니까.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십 년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혼인을 하러 조선으로 들어왔다. 혼인을 미룬 것도 포악했던 제 조부가 정해준 여자니 어련할까 싶어서였다. 헌데, 저 빛나는 여인이... 내 정혼자라고?
희성은 일본에서의 십 년이 후회되었다. 너무 늦게 왔다. 이미 그녀의 마음 속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녀 속의 조선을 몰아낼 수도, 저 이방인 사내를 몰아낼 수도 없었다. 희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애신과 약조된 혼인을 늦춰 주는 것. 허나 절대 혼인 하지 않겠다는 아이러니한 약조를 하는 것, 그런 슬픈 것일 뿐일 줄이야...
미스터 선샤인 공식 홈페이지http://program.tving.com/tvn/mrsunshine/3/Contents/Html?h_seq=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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