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이긴 하지만 영화로 보는 느낌은 달랐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 배우들이 죄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 때의 상황이 무엇보다 실감났고, 인조가 비겁하고 나약한 왕인 건 맞지만 왕의 자리가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구나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왕이라고 하는 자리가 모르는 사람이 볼때는 천하를 호령하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한 나라와 백성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수장의 자리인 만큼 막상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없다. if라고 하는 가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정묘호란을 한 차례 겪고 청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에 걸맞는 대비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병자호란이 다가오도록 청의 병력이 어떤지도 모르고 최명길이 직접가서 알아와도 그걸 믿지 않고 모함이나 해대는 신하들...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정말 우물안 개구리구나 하는 생각밖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는 임진왜란에 이어 병자호란까지 이쯤에서 무너지고 차라리 새로운 왕조나 나라가 들어섰어야 일제의 치욕의 시대를 막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이 흐르며 기득권자들이 그 자리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고 내부에서 투닥거리다 보면 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주시할 여유가 없는게 사실이다. 그 점이 우리네 역사의 가장 뼈아픈 현실...

최명길덕분에 그래도 청에게 완전히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다만, 이후에 소현세자의 비극까지 생각하면.. 다행인건지 잘..

그러나저러나 이 당시의 인조입장이나 신하들 입장에서 본다면 실리냐, 명분이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인데..성리학이 전부고 명분이 곧 목숨과도 같던 이 당시 선비님들과 왕에게 이 선택이 실로 쉬웠을리 없다는 건 이해가 간다. 인조의 경우는 또 중립외교정책을 취하고 있던 광해군을 치고 왕이 된만큼, 친명배금정책은 인조정권이 존재하는 이유였을 거고, 병자호란의 항복은 자신을 곧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거기 때문에 삼전도의 굴욕 이후 인조의 데미지는 상상 이상이었을 거다. 그러니 점점 이상해졌지....

그리고 이 영화가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고수가 맡았던 서날쇠역과 남한산성 안에 있던 민중들의 모습...아내와 아이가 죽고, 배가 곯는데 그런 이들에게 과연 명분이고 자존심이고 그런게 뭐가 중요할까.. 그저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어째서인지 우리의 지난날의 역사를 볼때마다 현재 시대와 배경이 많이 다름에도 알맹이만 보면 어쩐지 이어지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영화를 보며 또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좋은 나라란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 지금의 대한민국도 잊어서는 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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